대중음악은 자신을 포기했다.한국의 대중음악은 어찌보면 기업화를 진행시키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곡을 생산하는 사람, 음악 자체를 생산하는 사람, 그리고 그 퍼포먼스를 완성하는 아이돌. 그들은 각 분야에서 자신만의 완성도에 집중할 수 있다. 그렇기에 퍼포먼스와 완성단계에 있어서 그 결과물의 퀄리티는 90년대, 2000년대 초반의 아이돌 가수가 보여주던 것은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향상되었다. 그 결과 K-pop 한류라는 문화적 수출이 가능한 정도에 이르렀고 중국에서는 한국 아이돌을 모방한 그룹들이 쏟아지기에 이르렀다. 비교도 할 수 없는 차이일지 모르지만 비틀즈의 카피밴드가 쏟아졌던 그 시절 비틀즈의 위상을, 한국 아이돌들은, 적어도 아시아 안에서는, 지니게 되었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그들의 완성도는 훌륭하다.
문제는, 그들로 인해 대중음악이라는 분야의 진입장벽이 높아졌다는 데에 있다. 적어도 하나의 '상품'으로 팔리기 위해 기존의 아이돌가수들이 쏟아부은 비용은 엄청나다. '음악'하나만 들고 음반회사에 CD를 찔러보는 아티스트들에게 '상품'으로 그만큼의 능력이 있을리가 없다. 대중 음악의 기초체력 중 하나라 할 수 있는 '1인 중소기업'형 아티스트들은 그렇게 묻혀간다.
신승훈씨의 싱어송라이터 담론은 그런 차원에서 한국 대중음악의 기초체력을 생각하는 업계인의 염려라 할 수 있다.
기업형 아이돌로 인해 사라져가는 대중음악의 다양성의 결말은 이미 대기업 중심의 한국 경제의 형태가 보여주고 있다. 삼성, LG의 전자제품만이 해외에서 팔리는 현상. 대한민국은 곧 '삼성공화국'이 되어버린 현실. 대중음악계도 이와같이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SM, JYP, YG의 아이돌 상품이 아니면 소비되지 못하는 미래가 올지도 모른다. 그들이 높여놓은 비용적 진입장벽과 각종 인맥등을 통한 자체적 견제로 '1인 중소기업'은 시장에 발도 붙이지 못하는 그런 미래.
이는 결국 '돈 가진 사람들의 한탕주의'에 음악인들 자신을 묶어놓는 미래를 가져올 것이다. 예쁜 연예인 지망생들 좀 데려다 돈 좀 붓고, 괜찮은 작곡가도 좀 돈으로 사고 해서 투자하면 몇배가 되어 돌아오는, 자본의 새로운 투자창구로 음악인들 스스로를 몰아 넣는 상황이 머지 않았을 수도 있다. 아니, 이미 그런 시대가 반 쯤 왔을지도 모른다. 오디션 한번으로 시골처녀에서 신데렐라가 된 YUI, 54세(우리 아버지와 동갑이다)의 나이에도 오리콘 싱글 톱을 손쉽게 가져가는 쿠와타 케이스케 같은 아티스트가 나오는 일본의 음악 환경과 현재 우리 음악 환경을 비교했을때 우리 음악계의 현 상황이 어떤 지경인지 어렵지 않게 감을 잡을 수 있다.
이에 대한 반발로, 혹은 생존 전략으로 붕가붕가 레코드의 '지속가능한 딴따라질'같은 담론은 의미가 있다. 자신들의 음악을 필요로 하는 시장을 찾아서 그에 맞는 투자와 생산으로 지속성을 높여가려는 시도는 기업형 음악이 자리잡아가는 현 시점에서 아티스트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중간 비용을 가능한한 줄여보려는 에픽하이의 맵더소울과 같은 시도도 의미를 가진다. 자칭 'IT강국'이라는 한국의 환경을 이용해 살아남아보려는 시도는 꼭 필요하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언론의 변화이다. 주어진 대본도 제대로 못 읽는 음악프로그램의 얼굴마담 MC들을 치워버리고, 보고 또 봤던 아이돌들만 줄창 나오는 캐스팅을 다양화하고, 어떻게든 한시간 내에 많은 가수들을 밀어넣어 보려는 CD트랙식 편집도 의미 있게 바꾸려는 시도가 필요하다. 음악프로그램의 질 자체를 높이고 다양한 시도를 해보려는 변화가 필요하다. 그 질을 높이기 위해 실제로 돈이 될 수 있는, 최소한의 진입 장벽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권위있고 일관성 있는 판매량 집계방식도 필요하다. 언론과 음악인들 스스로 자생력을 기르기 위한 시도들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때이다.
현재의 훌륭한 아이돌들을 문제로 삼아서는 안된다. 큰 문제는 기업형 음악으로 인해 설 곳을 잃어가는 1인기업형 아티스트들이다. 그리고 점점 줄어가는 한국 대중음악의 기초체력이다. 어떻게든 음악이 '팔릴 수 있는 상품'이 되기 위한 인적, 물적 진입장벽은 낮춰져야 한다. 데뷔를 기다리는 아티스트들을 위한 것만이 아니다. 1년에 몇번씩 들려오는 아이돌가수의 과로 실신, 스케쥴을 서두르기 위한 교통사고같은 비극을 줄이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음악인 자신들을 위해서, 또 다양한 음악을 원하는 대중들을 위해서, 자생력과 다양성을 기르기 위한 시도는 이루어져야만 한다.
ps. 본질적으로 HOT, 핑클 등등의 시절과 현재의 문제점은 바뀌지 않았다. 그 시절과 현재의 차이는 아이돌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에 시간과 자본이 더 투자된다는 것 밖에 없다. 그 결과 상품으로써 아이돌의 완성도는 훨씬 높아졌지만 그만큼 다른 아티스트들이 '상품'이 되기위한 진입장벽 또한 높아졌다. 근본적인 문제는 더욱 심화될 수 밖에 없다.